| [문화] 일본 속 한류 거품 아닌 진짜 열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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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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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0.23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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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퍼온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디지틀조선일보 인터넷기획운영부를 맡고 있는 임정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겨울연가 신드롬 일 열도 강타’라는 기사를 쓴 일이 있습니다. 어느날 밤 인터넷서핑을 하다 우연히 일본의 아마존닷컴에 들어갔다가 겨울연가 관련 상품이 모두 1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가볍게 쓴 기사였습니다.
지난해 일본에 출장갔다가 겨울연가가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기 때문입니다. 내심 한국인으로서 기쁘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시만 해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그 정도 인기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통신사와 몇몇 스포츠지가 제 기사를 받았고 겨울연가 팬클럽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가 쓴 기사의 조선닷컴 100자평을 보면 ‘믿을 수 없다. 조선일보에서 또 부풀린다’는 의견과 ‘아니다 진짜다 정말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인기가 있다’ 등의 두가지 의견이 많이 올라왔었습니다. 그 후 반년이 좀 더 지났습니다. 겨울연가를 비롯해 한류(韓流)바람이 일본을 뒤덮고 있다는 기사가 매일 신문지면과 방송 뉴스를 장식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저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짧은 일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무척 바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일본에 불고 있는 한류를 제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메일 클럽 독자여러분과 그 경험을 조금이나마 나눠볼까 합니다. 전문적인 기자의 시각이라기 보다는 가볍게 일본출장을 다녀온 보통 사람의 경험담으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김포-하네다편을 통해서 세관수속을 마치고 입국장 문을 나서는 순간 한류를 실감했습니다. 디카를 손에 손에 든 수백명의 여성들이 입국장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한산한 입국대를 상상하고 나간 사람들은 당황하면서 출국장을 빠져나왔고 모두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수근거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의문은 금새 풀렸습니다. 한 한국남자 연예인이 저희 뒤에서 입국수속을 밟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연예인 이름을 듣고 저는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일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었거든요. 아니 그 친구가 이 정도라면 진짜 배용준이 들어왔을 때는 그 좁은 하네다공항이 얼마나 난리가 났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로 가는 전철 안에서는 배용준의 CF광고와 각 주간지의 한류관련 보도내용을 광고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에 체크인하자마자 켠 TV에서는 한 백화점에서 있는 한류스타 사진전을 보기 위해서 일본의 주부들이 철야를 하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보도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한국드라마는 어쩌고 저쩌고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었고요. 이런 현상은 며칠동안 TV를 틀 때마다 계속 됐습니다. 결국은 고이즈미 총리도 최지우를 만나지 않았습니까.
배용준의 첫번째 CF도 전파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비타민 드링크제인 오로나민C라는 제품입니다. 일본의 한 여성이 배용준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날아와 여기저기 물어보고 고속철도까지 타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욘사마’를 찾아 만난다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기 그지 없지만 일본 여성들의 배용준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광고입니다. 닛케이엔터테인먼트의 기사에 따르면 이 CF는 서울 근교에서 찍었는데 배용준이 스탭들에게 너무 친절하고 식사 때는 시중까지 들어주는 등 너무 훌륭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오로나민C는 원래 남성을 겨냥한 제품인데 이번에 30~40대 여성을 겨냥해 처음으로 마케팅전략을 바꿨다고 합니다. 그 전략의 최적의 모델이 배용준이어서 7000만-8000만엔의 개런티가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인데요. 어쨌든 배용준은 옛날 프랑스 아랑드롱 그리고 최근의 영국 베컴에 이어서 일본여성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3번째 해외 남성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판이니까요.
(배용준의 오로나민 광고 보기 http://www.otsuka-plus1.com/product/oronaminc/topic.html)
일본 대기업의 중년 부장과 저녁을 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겨울연가를 한번 다 보았고 부인과 함께 두번째 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는 일본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민망해지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김치 찌개 등을 즐겨 먹고 심지어는 리니지까지 한다고 하니 참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가 분석한 한국 드라마의 성공요인이 재미있습니다. 한국드라마는 일단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확실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빠져든다는 이야깁니다. 전 솔직히 최근에 본 드라마가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웠지만.
쓰다야라는 일본 최고의 비디오 CD 판매-대여점에 들렀습니다. 일단 맨 앞에 손예진의 사진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클래식’이라는 한국영화를 이 달의 최고 화제작으로 꼽아 전시하는 것입니다. ‘러브스토리’라는 일본 제목이 붙은 이 영화에는 ‘한국 일본에서 감동의 눈물을 불러일으킨 궁극의 사랑이야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서도 크게 히트한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진열되어 있는 비디오 안내에는 이 밖에 YMCA야구단 마들렌 나쁜 남자 후아유 무사 등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헐리우드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겨울연가 스페셜코너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열거하려면 끝이 없지만 어쨌든 일본국민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예전에 주윤발 왕조현 같은 홍콩배우들에게 열광하던 것을 휠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제 느낌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금새 사그러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반대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10월부터는 NHK BS에서 대장금을 방영하게 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저랑 만난 일본인이 벌써 ‘파리의 연인’을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한국의 대중문화계는 정말 큰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기도 하며 세계적인 경제 대국입니다. 제대로 된 문화 콘텐츠에는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습관이 제대로 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문화상품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아시아국가의 한류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15년 전 제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입에서 김치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국말을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봤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매년 조금씩 바뀌는 것을 몸으로 느꼈고 21세기 들어서는 한일관계는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일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일본에 마음을 열고 그들의 문화를 공평하게 사랑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 내용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정욱·디지틀조선일보 인터넷기획부장 estim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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