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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10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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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나를 만들기 위한 시간
송재만(한국해양대학교 산업기술연구소)
어느 날 점심 무렵 일본 영사관에 계신 모 선생님에게 일본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저는 주저없이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았을 때는 먼저 일본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제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저의 유학경험을 담담히 말씀드리면 되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수락을 하였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워낙에 글재주가 없는 사람인지라 무슨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야 할지…
차라리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한다면 쉬울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재주가 없는 사람의 글 인지라 재미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적어 내려가고자 합니다.
일본 유학기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5년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짧지 않은 시간을 특별한 나를 만들기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본 유학생활을 하시면 어떨런지요? 그리고 일본에 관한 모든 것을 그 기간 동안에 남김없이 체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생활해 보시면 어떨런지요?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연령을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에 진학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집안의 부모님의 의지대로 많은 것들이 결정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실질적인 성인이라고 하기엔 좀 어색하죠. 대학을 졸업하면서 많은 분들이 사회생활을 시작으로 실질적인 성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학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실질적인 성인으로서의 첫장을 외국에서 시작하는 거죠. 특히 일본 유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일본땅에서 성인으로서 그들의 실질적인 첫 발을 내딛는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말하자면 성인으로서의 첫 선택이 일본 유학생활을 선택한 거죠. 그렇다면 이제 뭔가 좀 달라야 하지 않습니까?
대학졸업 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부모님 및 주변의 환경적인 영향이 적어도 50%이상이었다면 일본 유학생활은 자신의 의지가 모르긴 해도 80%-90%아님 100% 아닌가요?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진 유학생활이니 만큼 자신이 그 결과에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죠?
일본 유학생활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에는 제각기 다른 전공을 가지신 분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일본생활에 임하시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본유학생활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점은 일본에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무언가”라는 것은 일본문화 일본어 공학 의학 의상학 등등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공부하는 것이 그 분야에서 좀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본 유학을 준비하시는 것은 공통적일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또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그러니 일본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일본에서 공부하시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공부하시는 것과 아니면 다른 외국에서 공부하시는 것과 비교하여 무슨 장점이 있는지 여기서 공부라 함은 학문적인 영역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놀이 문화를 공부하고 싶다면 당연히 일본에 가야하는 것 아닐까요? 일본에 가서 그들과 함께 놀아야 그 문화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철저한 준비가 성공적인 일본유학생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철저한 준비란 시간적인 길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역으로 일본 유학을 결심한 분들은 단 하루라도 빨리 짐 챙겨서 일본으로 떠나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유학생활이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할 때 최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 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준비가 끝나고 결심이 서면 이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본 내에서도 어디가 최적지 인가를 분석하셔야 합니다. 일본의 대학 연구소 등등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분석하세요. 분석이 끝나면 이제 실행에 옮기셔야 합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시기 전에 각자 개인의 재정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신 분도 있고 좀 어려운 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은 일본에 가셔서 그 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한 분들은 가능한한 장학금에 관한 것도 많은 정보를 입수하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적으로 외국 유학생에게 파트타임은 허용되지 않지만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요령껏 파트타임도 하실 수 있으니 고려하시고요.
이렇게 해서 이제 여러분들은 일본에 도착하셨습니다. 사실은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글 첫머리에 말씀드린 대로 이 결정은 전적으로 여러분 스스로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들 중에 일본유학생활의 목적이 놀기 위한 것이라면 철저히 놀아야 합니다. 대충 놀기 위함이라면 일본에 가시지 말고 그냥 한국에서 노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일본 유학생활의 목적이 학문적 연구라면 철저히 연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 전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연구하는 시간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구하시고 “노미카이(술마시는 시간)”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본 사케(술)를 즐기세요. 가능한 한 한국 소주는 마시지 마세요. 일본에 가시면 한국의 진로 소주가 꽤 인기거든요. 하지만 여러 분은 귀국하시면 진로 소주는 마음껏 드실 수 있잖아요. 그러니 일본에서는 일본사케를 드세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일본학생들은 이런 술자리 회식에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100% 참석합니다.
경험담을 하나 들어 볼게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 경험담인데 학기 초에 제가 있던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앞으로 2개월 후에 XXX노미카이가 있다고 그 연구실의 조수(우리나라의 조교와 비슷하나 약간 다름)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회비가 3만엔(우리 돈으로 약 30만원 이 정도면 일본 학생들에게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님)이었거든요. 그 소리가 나오자마자 많은 학생들이 파트 타임 일을 시작하는 걸 봤어요. 그때 그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모두 20여명 이었는데 2개월 후 노미카이에 100% 다 참석했어요. 이게 일본의 문화입니다. 일본에서 생활하실 때는 철저히 일본인 흉내를 내어 보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일본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은 확고해야 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없는 일본인 흉내는 결코 일본인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한일간의 역사적 사건이라든지 현재의 한일간의 주요관심사가 대화의 초점이 되었다고 합시다. 혹 여러분들 중에는 여러분들이 일본에 뭔가를 배우러 갔으니 마음으로는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그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같은 생각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토론의 장에서는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그들과 토의 하십시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은 절대 금물입니다. 절대적 이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해야 합니다. 역사에 대한 토론의 기회가 있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역사와 우리가 주장하는 역사가 매우 다른 점이 있음을 느낄 때가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은 그들은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감정적 대화는 절대 금물입니다. 이성으로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교육적 가치 기준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이성적 대화를 하시면 반드시 우리의 역사적 교육이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일본 유학생활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일본 지도 교수님에게 절대적인 신뢰감을 주어야 합니다. 일본의 지도교수에게 절대적 신뢰감을 주셨다면 여러분의 유학생활의 99%성공하셨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꾸로 말하면 여러분이 일본의 지도 교수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여러분의 유학생활은 그 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지도 교수에게 절대적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성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어찌 보면 이제까지의 여러분들이 겪으셨던 많은 경험 중에 가장 힘든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여러분이 계신 곳은 일본입니다. 그곳엔 많은 일본 학생들이 여러분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지고 여러분과 경쟁합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여러분은 여러분 지도교수의 수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글은 주한일본국부산총영사관 발행 "일본유학경험집"에서 전제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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