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아씨

클러치 브랜드 준비 중

호주 시드니 출신, 27세

2003년 대일 외국어고등학교 일본어학과 졸업.

2007년　일본 여자미술대학 예술학부 패션조형학과졸업, 2009년 <에스콰이어 코리아> 패션 에디터 근무,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 피렌체에서 가죽공예 패션액세서리 제작 공부, 브랜드 론칭준비중.

유학이란 마음을 열고 다양한 것을 흡수할 수 있는지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을 열되 중심을 잃지 않고 지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가치관 같은 것을 얻어 오자.

일본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대일 외국어고등학교 재학시절 전공을일본어로 선택하면서 일본을 가깝게 느끼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을 느끼고(?) 자란 환경이라고 답하면 될 것 같네요. 제가 졸업한 여자미술대학은 저희 친할머니께서 졸업하신 학교이기도하고 아버지 역시 대학원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탓에 저희 집에는 늘 오차스케 와 후리카케, 나무 젓가락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뜻도 모르고 어릴적부터 일본 문화를 가까이 접하고 자란 것이 자연스럽게 유학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일본교육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대학은 사회를 미리 경험해 보는 곳인 만큼 일본 사회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작은 프로젝트라도 정확한 단계를 밟아 진행하는 것이나 각자의 창작물이 전체 기획 의도에 어긋나지는 않는지에 유난히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얼핏 엄청난 집단주의적 성향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개인과 전체가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든 일의 핵심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지요.   

일본유학생활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친구들 못지 않은 대학시절을 보냈습니다. 함께 밤새워 작업하면서 작업에 대한 고민, 즐거움, 불만, 그때 그때 느끼는 것들을 나눈 것은 지금 생각해도 20대 초반의 저를 엄청나게 성장시킨 영양분이 됐고 그런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도 SNS를 통해 동기들과 연락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대화해도 잘 통하는 걸 보면 제 평생동안 가꿔나갈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땐 회화책에 있는 기본적인 존댓말밖에 구사하지 못했는데도 대학 합격 통지를 받고는 무작정 입학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본어학교의 경험은 없이 대학에 입학한 셈이지요.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잘 때만 빼고 종일 일본어만 하면서 살았더니 3개월쯤 지나자 꿈도 일본어로 꾸기 시작했습니다. 개론류의 강의는 정말 어려워서 맨 앞줄에 앉아 한번도 빠짐없이 녹취를 했어요. 발음을 흉내내가며 친구들에게 뜻을 묻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5주정도 흐르자 비슷한 단어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국인의 근성(!)으로 될 때까지 공부했죠.  

일본에서 배운것이 한국직장에서 도움이 되셨는지요. 그리고 앞으로의 꿈은?

솔직히 재학 시절 어린 마음에 답답한 점도 많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작업이라는게 각자의 패턴이 다른 것인데 마치 고등학생들 처럼 무조건 성실성을 강요받는 듯한 분위기도 싫었고 결과물에 대해 유럽처럼 신랄한 크리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그랬지요. 하지만 졸업하고 한국에서 사회생활하고 있는 제 모습에서 문뜩 그때 배웠던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놀랐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이 지향하는 철두철미하고 점진적인 교육 방식, 4년의 커리큘럼이 지닌 방향성과 선생님들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부터는 일할 때도 주어진 것만을 해내기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성과 의도같은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일하는 습관이 생겼고요. 어떤 일을 하든 궁극적인 목표와 그에 적합한 기본적인 것들을 간과하지 않을 수 있는 내공을 얻었습니다. 

일본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그곳의 방식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일본은 소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아마 그곳의 일원이 되어 공부하기 시작하면 더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것은 얼만큼 마음을 열고 다양한 것을 흡수할 수 있는지에 승패가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묵묵히 따르다보면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이유를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이를 어떻게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지, 반대로 우리가 갖고있는 강점이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마음을 열되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지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가치관처럼 가장 중요한 것들을 얻어오실 수 있을 거에요.  (2012년판 일본유학가이드에서 전제)